대한민국 정부는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표방하며, 행정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을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특히 '종이 없는 행정'은 단순히 인쇄물과 서류를 없애는 수준을 넘어, 전자문서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한 행정 프로세스 전면 혁신을 의미한다. 민원 신청, 증명서 발급, 세금 신고, 병역 처리, 입찰 참여, 연금 조회 등 다양한 공공서비스가 이제는 인터넷과 모바일 기반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국민은 더 이상 행정기관을 방문하지 않고도 각종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책 추진과는 별개로, 국민이 실제로 이러한 변화에 얼마나 만족하고 있으며, 어떤 요소들이 만족도를 높이거나 낮추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아무리 디지털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도 이용자가 체감하지 못하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종이 없는 행정 서비스에 대한 국민 체감 만족도를 다양한 각도에서 분석하고, 그 결과가 시사하는 점을 짚어본다. 특히 연령, 지역, 이용 플랫폼, 정보 접근성, 행정 신뢰도 등의 변인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만족도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살펴본다.
종이 없는 행정 서비스 만족도 조사 결과와 이용 경험 분석
여러 정부기관과 연구기관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전반적인 ‘종이 없는 행정 서비스’에 대한 국민 만족도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행정안전부가 2023년 실시한 ‘전자정부 서비스 국민 체감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8.6%가 “전자문서 기반 행정서비스가 종이보다 편리하다”고 응답했다. 특히 모바일 기반 민원 처리, 온라인 증명서 발급, 전자결재 통보 등은 시간과 비용 절감 측면에서 국민이 크게 만족하는 서비스로 꼽혔다.
세부적으로 보면, 20~40대 연령층에서 전자서비스 이용률과 만족도가 가장 높았고, 서울·경기 등 수도권 거주자의 체감도도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예를 들어, 정부24에서의 주민등록등본 전자발급, 홈택스의 연말정산 간소화, 병무청의 모바일 입영통지서 수신 시스템 등은 대표적인 ‘만족도 높은 전자 행정 서비스’로 평가되었다.
그러나 모든 국민이 같은 수준의 만족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60대 이상 고령층에서는 전자문서 열람이나 신청 절차에 어려움을 겪는 비율이 높았고, 농어촌 지역 또는 정보 소외 계층은 디지털 기기 접근 자체가 제한적이었다. 실제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는 “직접 출력해서 제출하거나 오프라인 창구에서 도움을 받아야 안심된다”는 응답도 40%에 달했다. 이처럼 종이 없는 행정이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계층에선 불편함과 정보 불균형을 체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종이 없는 행정의 국민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요소
전자행정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은 크게 접근성, 사용 편의성, 보안 신뢰성, 응답 속도, 기관 간 연계로 요약할 수 있다. 우선 접근성 측면에서는 정부 포털(정부24, 홈택스, 국민비서 등)의 로그인 방식 간소화, 모바일 최적화, 비회원 이용 허용 여부 등이 체감 만족도에 직결된다. 특히 PASS·카카오·네이버 인증서 등 민간 간편 인증 도입 이후 전자민원 이용률이 상승한 것은 대표적인 사례다.
사용 편의성은 화면 구성의 직관성, 절차 간소화, 자동 입력 기능 여부가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국민연금공단의 ‘전자증명서 자동 발급 시스템’은 기존보다 클릭 수를 절반 이하로 줄여 사용자 만족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여전히 복잡한 메뉴 구조와 중복 입력을 요구하는 일부 서비스는 이용자 이탈률이 높고, 실제 이용률도 낮게 나타났다.
신뢰 측면도 중요하다. 전자문서가 과연 법적 효력을 충분히 가지고 있는가, 개인정보는 안전한가, 요청한 문서가 정확하게 처리되고 있는가에 대한 믿음은 이용 지속 여부를 결정짓는 핵심이다. 또한 기관 간 정보 연계 수준도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 예컨대, 국민이 건강보험공단에 제출한 정보가 별도 서류 없이 행정기관에서 바로 확인되거나, 국세청·국민연금·건강보험 간 자동 정보 공유가 가능한 경우 편리함과 신뢰도를 동시에 체감할 수 있게 된다. 국민 입장에서 진정한 종이 없는 행정은 “출력하지 않아도 제출되고, 어디서나 확인되며, 누가 봐도 법적으로 인정되는 시스템”으로 작동할 때 만족도가 최고에 달한다.
종이 없는 행정을 위한 향후 과제
종이 없는 행정 서비스의 만족도를 전체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디지털 포용성과 신뢰 설계를 중심으로 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고령층, 장애인, 외국인 등 정보취약계층을 위한 별도의 서비스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고령자 전용 간단 민원 모드’, ‘영상 안내 기반 음성 지원 서비스’, ‘오프라인+온라인 혼합형 신청’ 등은 정보 격차를 줄이는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다.
둘째, 서비스 시스템 자체의 UI/UX 개선과 모바일 최적화가 시급하다. 특히 수요가 많은 증명서 발급, 민원 신청, 이력 조회 서비스는 단계 축소와 직관적 설계를 통해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셋째, 전자문서의 법적 효력과 전자서명의 공신력을 대국민 교육과 홍보를 통해 명확히 인식시키는 작업도 중요하다. 여전히 일부 국민은 “전자문서는 인정이 안 될까봐 출력해서 챙긴다”는 불안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향후 종이 없는 행정 시스템은 AI 민원 대응, 챗봇 상담, 빅데이터 기반 맞춤 서비스로 고도화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기술의 속도에 비해 국민 체감의 속도가 따라오지 못하면 오히려 거부감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기술 중심’이 아닌 ‘사람 중심’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하며, 디지털 친화적인 국민 환경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진정한 만족도를 높이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종이 없는 행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종이 없는 행정 시스템 구축에 따른 예산 절감 효과 (1) | 2025.07.16 |
---|---|
종이 없는 행정 도입이 어려운 분야는 어디인가? (1) | 2025.07.14 |
종이 없는 행정을 위한 디지털 전환 시대의 공무원 역량 변화 (0) | 2025.07.13 |
종이 없는 행정을 향한 대학교 행정의 디지털화 (0) | 2025.07.12 |
종이 없는 병역 행정: 병무청 디지털 전환 사례 (1) | 2025.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