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없는 행정 시스템 구축에 따른 예산 절감 효과
‘종이 없는 행정’은 단순히 종이 문서를 전자문서로 바꾸는 기술적 전환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공공기관이 기존의 행정 프로세스를 전면적으로 혁신하고, 문서 생산·유통·보관·열람·폐기에 이르는 모든 절차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예산, 인력, 자원, 시간 등 다양한 행정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효과를 가져온다. 특히 국내에서는 ‘2050 탄소중립’과 ‘디지털 플랫폼 정부’라는 국가적 비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종이 없는 행정 시스템 구축이 본격화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직·간접적인 예산 절감 효과도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문서 한 장을 작성하고 결재를 받기 위해 수차례 인쇄를 반복하고, 종이 보관함을 마련하고, 문서를 파쇄하거나 이관하는 데에도 별도 예산이 투입됐다. 그러나 현재는 전자결재 시스템, 클라우드 문서 저장소, 모바일 행정 앱, 전자서명 플랫폼 등을 통해 종이의 생산과 사용을 거의 전면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고, 이는 행정운영 예산의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이 글에서는 구체적인 수치와 사례를 바탕으로 종이 없는 행정 시스템 구축이 어떻게 예산 절감으로 이어지는지, 어떤 부문에서 가장 효과가 나타나는지를 상세히 살펴본다.
종이 행정의 숨은 비용 구조와 디지털화의 절감 효과
전통적인 종이 기반 행정은 겉으로 드러나는 인쇄비 외에도 복합적인 비용 구조를 동반한다. A4 용지 구매 단가, 프린터 토너 및 유지보수 비용, 복사기 임대료, 잉크, 서류봉투, 우편 요금, 보관 캐비닛 구입비, 파쇄 비용, 인력의 수작업 시간 등 다양한 요소들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행정안전부가 2021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중앙행정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서 연간 소비되는 A4 용지는 약 30억 장이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직접적인 종이 구매 및 인쇄 비용만 해도 연간 1,000억 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더해, 종이 문서를 보관하기 위한 물리적 공간, 문서 이관 및 기록관 운영, 보존 연한에 따른 정기 점검 및 파기 관리 등에 따른 간접 운영비용과 인건비까지 고려하면 총 비용은 더 커진다. 실제로 한 대형 지자체에서는 전자결재 시스템 도입 이후 연간 약 5,400만 장의 종이 사용을 줄이고, 인쇄비와 우편비, 보관비 등 총 18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한 전자증명서 도입을 통한 행정절차 간소화는 국민이 기관을 방문하는 교통비와 시간, 창구 운영에 투입되는 인건비를 줄이는 효과까지 유발한다. 종이 없이 온라인에서 모든 절차를 처리하면, 국민 한 명당 약 2,000~3,000원의 간접비용이 절약된다는 분석도 있다. 즉, 종이 없는 행정 시스템은 단순한 예산 절감을 넘어 행정의 총비용(TCO: Total Cost of Ownership)을 절감하는 구조적 효과를 가져온다.
종이 없는 행정의 실제 절감 사례와 비용 효과
실제 현장에서는 종이 없는 시스템 도입이 예산 절감 외에도 행정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대표적으로 행정안전부는 ‘문서24’ 시스템을 도입해 각종 문서를 전자적으로 접수·처리하도록 했으며, 이를 통해 중앙부처와 지자체는 우편 발송 비용, 문서 처리 시간, 출력용지 비용을 크게 줄였다. 특히 공공입찰, 인허가 신청, 민원 접수 등 다건 문서가 오가는 업무일수록 비용 절감 효과가 크게 나타난다.
국방부는 2022년부터 전자입영통지 시스템을 도입해, 종전까지 연간 60만 명에게 등기우편으로 발송되던 입영통지서를 모바일 통지와 전자고지로 전환함으로써 연간 약 25억 원 이상의 우편발송 예산을 절감하고 있다. 병무청도 ‘더병무’ 앱을 통해 사회복무요원 관련 서류를 전자화하면서 우편요금과 문서관리 비용을 대폭 절약했다.
또한,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은 종이 통지서를 전자문서로 대체함으로써 연간 수십억 원에 이르는 인쇄 및 배송비용을 절감하고 있으며, 국세청도 홈택스를 통해 연말정산, 부가세 신고, 세금납부까지 종이 없이 처리함으로써 세무 민원 응대 비용과 문서 보관 공간의 간접비용을 줄이고 있다.
이처럼 종이 없는 시스템은 한 번 구축하면 반복적으로 비용을 절감하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지속적 예산 절감 효과가 누적되는 구조를 갖는다. 특히 클라우드 기반 전자문서 저장 시스템은 기존의 종이문서 보관소 운영에 비해 최소 70% 이상의 비용 효율성을 가진다는 분석도 있다.
종이 없는 행정의 장기적 관점에서의 비용 절감과 정책 제언
종이 없는 행정 시스템의 구축은 초기에는 일정한 인프라 투자와 시스템 개발비용이 발생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운영 비용 절감과 서비스 품질 향상, 업무 생산성 개선 등 다양한 효과를 동반한다. 정부가 디지털 전환을 추진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예산의 구조적 개편과 행정의 지속가능성 확보에 있다. 특히 종이 없는 행정은 탄소 배출 감소라는 환경적 가치와도 연결되어, 장기적 관점에서 ‘그린 예산’으로 평가되며 ESG 행정 구현에도 기여할 수 있다.
향후에는 전자문서 기반 행정이 모든 부처, 지자체, 공공기관에 완전하게 통합·연동되는 시스템으로 진화해야만 예산 절감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 전자문서 연계, 공공기관 간 정보 자동 공유, 민원·공문 통합 발송 시스템 등은 중복 비용을 줄이는 핵심 과제가 된다. 또한 전자문서 장기보존 기술, 블록체인 기반 위·변조 방지 시스템, 클라우드 보안 강화도 예산 절감을 지속적으로 이어가기 위한 기술적 기반이 된다.
결론적으로, 종이 없는 행정 시스템은 단순한 서류절감 정책이 아니라 예산 혁신의 촉진제이며, 디지털 행정의 본질적 가치다. 공공부문이 이를 제대로 설계하고 국민과 공유해 나간다면, 더 적은 예산으로 더 나은 행정을 실현하는 미래도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