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없는 행정을 위한 전자영수증과 종이영수증 폐지
마트에서 계산을 마치고 길게 인쇄되는 영수증을 받은 뒤, 쓰레기통에 넣거나 지갑 속에 넣어두는 풍경은 오랫동안 익숙한 소비자의 일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종이영수증 대신 문자, 이메일, 앱으로 발급되는 전자영수증(e-Receipt) 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환경 보호, 비용 절감, 소비자 편의성 제고 등을 이유로 기업과 정부 모두 종이영수증 폐지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흐름이다. 실제로 일부 대형 프랜차이즈, 편의점, 백화점 등은 종이영수증 발급을 기본적으로 하지 않고, 요청 시에만 제공하거나, 완전히 전자영수증으로 전환하기도 한다. 정부 또한 2050 탄소중립과 디지털 전환 정책의 일환으로 종이영수증을 폐지하고 전자영수증을 기본값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인쇄용지 절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편리함과 동시에 불편함, 기술 수용성, 개인정보 보호 우려 등 다양한 감정이 공존한다. 이 글에서는 전자영수증 확산과 종이영수증 폐지 흐름 속에서 소비자 입장에서의 장점과 우려, 실질적인 변화와 대안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본다.
종이 없는 행정을 위한 전자영수증의 장점
전자영수증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편의성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긴 종이를 받아 들고 다닐 필요 없이, 구매 내역을 문자, 이메일, 포인트 앱, 카드사 앱 등 디지털 경로를 통해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소액 다건의 거래가 많은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는 잃어버릴 위험 없이 영수증을 일괄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유용하다. 또한 전자영수증은 종이처럼 인쇄 상태에 따라 내용이 지워지거나 훼손될 걱정이 없으며, 장기 보관이 필요한 구매 기록이나 환불 증빙 자료로도 더 안전하다. 실제로 환경적 측면에서도 효과가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한민국에서 연간 발급되는 종이영수증은 약 300억 장에 달하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온실가스는 연간 약 7만 톤에 이른다. 이 수치는 자동차 1만여 대가 1년간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와 맞먹는 수준이다. 또한 전자영수증을 활용한 소비 데이터 분석, 가계부 연동, 카드사 혜택 분석 등 다양한 후속 서비스가 가능해져, 소비자의 데이터 기반 소비 관리가 쉬워진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인쇄비, 용지비, 프린터 유지비용을 줄일 수 있어, 결과적으로 그 절감된 비용이 상품 가격이나 서비스 개선에 재투자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전자영수증은 소비자와 기업, 환경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수단이라 할 수 있다.
전자영수증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
하지만 모든 소비자에게 전자영수증이 ‘편리한 수단’인 것은 아니다. 특히 고령층이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소비자는 여전히 문자나 앱을 활용한 확인 방법에 불편함을 느끼며, 기록 확인조차 못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실제로 전자영수증이 앱이나 포털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한 구조인 경우, 회원가입이나 로그인이 필수인데 이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소비자도 많다. 또한 영수증이 없으면 교환·환불 요청 시 매장 직원과 마찰이 생기는 경우도 있으며, 오프라인 고객센터나 전화로 요청해야만 영수증을 재발급받을 수 있어, 즉각적인 소비자 권리 행사가 어려워지는 점도 지적된다. 그 외에도 개인정보 수집·활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일부 기업은 전자영수증 발급을 위해 고객의 휴대폰 번호, 이메일 주소, 포인트 가입 여부 등을 요구하며, 이를 마케팅 목적이나 제3자 제공 동의와 연결하기도 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단순히 영수증을 받기 위해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또한 불완전한 기록 시스템, 예를 들어 일부 거래가 누락되거나 서버가 다운되어 영수증 조회가 안 되는 사례도 있어, 디지털 기술에 대한 신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결국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전자영수증을 강제로 기본값으로 만들고 종이영수증 제공을 선택사항으로만 두는 것에 대한 소비자의 반발 가능성이다. 모든 소비자가 기술을 동등하게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에, 전자영수증 확산 과정에서도 '선택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종이 없는 행정을 위한 전자영수증 정착에 대한 제도와 보완책
전자영수증이 사회 전반에 안정적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단순한 기술 도입을 넘어, 소비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장치가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첫 번째로, 정부는 전자영수증 표준화 지침을 마련해 모든 기업이 일정한 형식과 접근 방법으로 영수증을 발급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현재는 기업마다 앱, 문자, 이메일 등 발급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업체별로 일일이 확인 방법을 익혀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두 번째로는 개인정보 보호 기준 강화다. 영수증 발급을 위해 불필요한 정보 제공을 요구하거나, 마케팅 활용에 자동 동의되는 시스템은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며, 선택 동의와 철회권을 명확히 고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디지털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이다. 고령층, 장애인 등 디지털 접근성이 낮은 소비자를 위해 무인 발급 키오스크 설치, 종이영수증 요청 시 자동 발급 제도, 고객센터를 통한 전화 확인 서비스 등이 유지되어야 한다. 마지막으로는 전자영수증의 법적 효력 강화와 소비자 보호 연계를 제도화해야 한다. 현재 일부 소상공인은 영수증이 없다는 이유로 환불이나 교환을 거부하기도 하며, 이는 전자영수증의 효력을 부정하는 사례다. 정부와 업계는 전자영수증도 종이영수증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고 있으며, 소비자의 권리를 정당하게 보장한다는 인식을 강화해야 한다. 전자영수증의 미래는 분명히 확대될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권, 정보 접근권, 개인정보 보호권이 함께 보장될 때, 비로소 진정한 디지털 소비 문화가 완성될 것이다.